1) 1988년만이 가진 따뜻하고 아련한 정서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시대의 모습을 포착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엮어낸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의 대표가 바로 1980년대 후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입니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그 시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아주 훌륭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패션이나 각종 소소한 소품들,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 스쳐 지나가는 배경들까지도 재현합니다. 이렇게 아련하게 느껴지는 그 시대만의 분위기가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깊게 몰입하게 만듭니다. 드라마가 재현해 내는 것들은 보이는 부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랬듯,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가까운 이웃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대문은 늘 열려있고,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이 집, 저 집 들어가 허기를 달래곤 했습니다. 극 중 이웃들 간의 상호작용은 당시의 따뜻함과 푸근함을 느끼게 합니다. 주인공들이 개인적인 삶의 발전을 위해 도전하고 성과를 이루어 나가는 동안에도, 이웃들과의 유대관계나 가족들 간의 사랑, 친구들 간의 우정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개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주변인들과의 관계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드라마는 그러한 정서가 뛰어났던 시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2) 많은 등장인물을 통한 이야기의 다채로움
'응답하라 1988'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의 풍부한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사랑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춘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성취가 주된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은 한두 명의 주인공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의 삶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학창 시절 공부는 못했지만 친구를 좋아하고 성격이 좋았던 덕선이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에 풀이 죽어있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 두각을 나타내 학교를 그만두고 바둑선수로 활동하는 택이나 덕선이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깨달아 가는 정환이,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모범적으로 생활하며 덕선이의 언니를 좋아하는 선우, 철없어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속 깊은 동룡이가 등장합니다. 이들의 밝아 보이는 10대의 모습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존재합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도전과 슬픔, 상실감, 그 끝에 오는 성취감등에 함께하며 공감하고 응원하며 기뻐합니다. 동시에 이 드라마의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가족 간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대의 부모님들이 모두 그러했듯, 자녀를 향한 부모의 투쟁과 희생을 꽤 진실되게 그려냅니다. '응답하라 1988'은 한 사람의 인생이 본인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3)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한 남편 찾기
'응답하라 1988'은 '남편 찾기'라는 수수께끼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끌어당깁니다. 어떤 인물이 남편이 되는가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요소는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 시청자들이 본인만의 추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다른 시청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며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 회에서 남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도 시청자들은 여전히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이 독특한 스토리텔링 장치는 '응답하라 1988'을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시켜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시청자들을 참여시키고 관심을 유지시켜 모든 회차를 퍼즐처럼 조합하게 합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남편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던 것을 보면, 이 소재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응답하라 1988'은 시간을 초월해 1980년 후반의 아련한 향수가 있는 그 시대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기본이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감동적이기까지 한 이 드라마는 한국드라마 마니아라면 꼭 봐야 할 필수작품일 것입니다. 아직 '응답하라 1988'의 마법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제 1988년으로 돌아가 가슴 훈훈하고 잊을 수 없는 여행을 떠나보시기를 바랍니다.